아기를 업고, 커피를 엎지



   

너도 한 잔, 나도 한 잔






친구가 스리랑카에서 홍차를 사왔다. 아무데나 담아먹기 아까울만큼 맛있어서 형식미를 차리기로 결심하고 찻잔을 샀다. 사실, 돈이 쓰고 싶어서 샀다. 남편이 아껴쓰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월급이 숨이 턱턱막히게 적은것도 아닌데 최저가 검색을 전전하는 내 모습이 갑자기 짜증스러워서 백화점에서 돈쓰기를 하고싶어졌다. 시작은 상품권 6만원 소진이었는데 끝은 7.2만 x 4세트 (28.8만)으로 끝났다. 혼자만 마시는데 4조를 산 것은 여전히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어하는 허영심이 가득 남았다는 방증이라는 사실에 씁쓸함을 느낀다. 심지어 구매한지 2주가 되도록 나머지 두개는 포장박스에 그대로, 종이가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아 나는 창대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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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양성우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모든 들풀과 꽃잎들과 진흙 속에 숨어사는

것들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은 살아 있기 때문에 아름답고 신비하다

바람도 없는 어느 한 여름날,

하늘을 가리우는 숲 그늘에 앉아보라

누구든지 나무들의 깊은 숨소리와 함께

무수한 초록잎들이 쉬지 않고 소곤거리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이미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이 순간에,

서 있거나 움직이거나 상관없이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오직 하나, 살아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것들은 무엇이나 눈물겹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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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다이아나 루먼스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먼저 아이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집은 나중에 세우리라


아이와 함께 손가락 그림을 더 많이 그리고

손가락으로 명령하는 일은 덜 하리라


아이를 바로잡으려 덜 노력하고

아이와 하나가 되려고 더 많이 노력하리라

시계에서 눈을 떼고 눈으로 아이를 더 많이 바라보리라


만일 내가 다시 아이를 키운다면

더 많이 아는데 관심 갖지 않고

더 많이 관심 갖는 법을 배우리라


자전거도 더 많이 카고 연도 더 많이 날리리라

들판을 더 많이 뛰어다니고 별들도 더 오래 바라보리다


더 많이 껴안고 더 적게 다투리라

도토리 속의 떡갈나무를 더 자주 보리라 


덜 단호하고 더 많이 긍정하리라

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사랑의 힘을 가진 사람으로 보이리라





도종환 시인이 엮은 <부모와 자녀가 꼭 함께 읽어야 할 시>


얼마전 비밀독서단에서 추천해서 읽었어요.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여전히 부모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부모의 부족함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책장이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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